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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노동과 책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가끔 만일 원시시대 인류가, 혹은 고려시대 조선시대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오늘에 와서 산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상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부단하게 이어지는 노동에서 해방은 어쩌면 인류의 영원한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오죽하면 아담과 이브가 신의 명령을 거역했을 때 가혹한 형벌이 먹고 놀 수 있는 낙원에서 추방되어 노동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라 했을까요.

 

그러나 가끔 영화나 소설에서 보여지는... 오지의 사람이, 혹은 과거의 사람이 현대에 왔을 때 느끼는 경이로움과 자유로움은 결코 오래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이전시대 사람이 어느날 우연히 현시대에 와서 살게 될 때 그는 가장 먼저 "돈"을 깨우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모든 편의와 즐거움은 "돈"이 없으면 누릴 수 없거니와 아주 기본적 생존조차 돈에 달려 있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 "인간으로서 존엄"이나 "삶의 의미" 조차 돈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순수히 자연 속에서 육체노동으로 삶을 이어갔던 이가 이제 돈을 벌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발전된 생산도구에 익숙하지 못하고 특별한 재능도 없는 그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돈이 없으면 그는 잠시 쉴 곳도 없습니다. 산 속에 움막을 지어 모닥불이라도 피우면 당장 소방헬기가 출동할 것이고 그는 쫒겨날 것입니다.

마치... 김씨 표류기에서 주인공이 밤섬에서 추방되듯 말입니다.

 

 

 

천명관 작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현시대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의 "소외"를 다룬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패한 중년의 아버지들, 사회적 성공과 인정을 받았지만 무기력과 혹은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도시를 탈출하여 낭만적 꿈을 꾸었던 자의 몰락...

굳이 현재가 아니더라도 박정희 시대, 97년 IMF 이전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오가며 작가는 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조그마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은 오늘 우리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