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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노동자대회가 열렸습니다.
안양에서는 1시 30분에 모여 함께 참가하기로 했으나.. 역시 지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사실 2시에 출발, 서울광장에 도착하니 본행사 시작시간인 3시 조금 못되어 도착했습니다.

시청 전철역부터 꽉 찬 인파를 보며 설레임은 커졌습니다.

같이 가신 분이
"여기만 이렇지 막상 광장에 들어가면 텅 비었을거야~" 하셨지만, 서울광장도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수만의 인파가 모인 것을 보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습니다.


해마다 노동자대회는 11월 초, 혹은 중순에 열립니다.
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마라!"고 분신하신 그 날을 기려 열리는 대회입니다.

특히 올해는 비정규직 문제와 이제 곧 열리는 G20 행사에 대한 규탄 등을 주요한 내용으로 열렸습니다.

자신의 차비까지 털어 배고픈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자신은 걸어서 집에 가다 통금에 걸려 파출소에서 자는 일이 허다했다는 전태일 열사.
너무나 비참한 현실에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찾아 공부를 하며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던 전태일 열사.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 사회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의 문을 연 전태일 열사.


부끄럽지만, 몇 년전 이런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전태일을 생각하며


오늘도 그의 살점을 뜯어 먹고 있다

황량한 겨울바람 헐벗은 가슴을 할퀴는데,
기댈 햇볕도 없는데,
웅크린 등짝만 보이며
전설처럼 수십년 그의 살점을 뜯어 먹는다
우라질 세상에 일용할 양식은 그 뿐이어라
오로지 그의 살점으로 버티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그는 밥이 된다

그리고
내가 밥이 되지 못함을 자괴한다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맞이하는 오늘도 여전히 저는 밥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나눠주던 따뜻한 풀빵 한개도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날 대회에서 전태일 상을 동희오토 노동자들과 KBS 노조에서 수상했습니다.

자본가들의 이른바 "꿈의 공장"이라는 동희오토.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경차 모닝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여기 일하는 노동자들이 100%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40년전, 각혈을 하고 쓰러지면 해고하고 각성제까지 먹여가며 철야를 시키던 그 시절 노동자는 하나의 기계일 뿐이었습니다.
오늘, 정규직의 50%도 되지 않는 임금을 주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해고하는 비정규직 또한 생산을 위한 하나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를 불태워 열어놓은 길 위에서 다시 저질러지는 비인간의 만행입니다.

KBS 노조는 언론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싸운 그 노력을 높이 샀습니다.
양심있는 언론인들이 그 양심의 빛을 꺼뜨리지 않는 한 아무리 정부가 입을 막고 귀를 막으려 해도 정의의 목소리는 울려 퍼지겠지요.


한 비정규직 노동자 분이 그러시더군요.
현장의 한 동생이 "형, 나 어제 TV에서 전태일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봤어. 우리 공장에도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더랍니다.

지금 나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태일이 되고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이날 많이 외친 구호 중 하나가 "노동자는 하나다" 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아닌 일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부당한 대우는 누구 특별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생산을 책임진 일하는 우리의 문제입니다.


이날 대회에는 각국 노동계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곧 열리는 G20회의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라고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G20의 안정적 개최를 위해 국제사회 시민사회활동가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시청 광장을 둘러싼 전경들을 보며 무심하게
"G20 때문인가봐~"
하는 서울 시민들을 보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놈의 G20 기간에는 택배도 중단되고 노점도 못한다고 합니다.
삼성역에는 개까지 동원해서 검문검색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전시도 아니도 테러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미국의 경제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만든 신자유주의 체제를 앞장서서 진행하고 그에 따른 경제위기를 다시 일하는 노동자들, 서민들에게 떠 넘기는 그들만의 잔치에 우리의 인권조차 바닥에 떨여져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저 거대한 두 손이 서로 맞잡듯,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이들이 있는 한 정의롭고 인간다운 세상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입니다.

Posted by 안양비정규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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