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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회원탐방

주연테크 노동조합 김영신 회원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 2017 3월부터 매달 회원 탐방을 진행한 후 소직지를 통해 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회원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온라인 지면을 통해서나마 서로를 알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4월 25일 주연테크 노동조합을 찾아 설립과정부터 험난한 투쟁의 시기를 거치며 오늘까지 이르게 된 역사를 김영신 지회장을 통해 들어봤습니다. 참고로 주연테크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의 지회로 편재되어 있습니다. 

  

 


문1. ‘주연테크 노동조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연테크 노동조합은 2006년 7월에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2004년 입사한 후 노동조합이 설립된 2006년 7월 부분회장으로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회사측은 2008년에 경제가 어려워 질 것이 예상된다며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던 공장의 이전과 인원 감축을 시도했습니다. 경기도 안양으로의 이전은 결국 거리상 출퇴근이 힘들게 된 직원들로 하여금 퇴직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인원 감축은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원의 수가 줄어들어 그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지도부가 해고 통보를 받는 등 험난한 길을 걸어 왔지만 남아있는 노동조합원의 단결과 투쟁으로 극복한 후 지금까지 주연테크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파수꾼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2. 김영신 회원께서 노동조합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생이던 언니가 학생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 영향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소련에서 개혁 개방의 물결이 일어나는 등 국제적인 환경 변화를 보면서 더욱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공장에 취업해 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생산현장이 세상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도 점차 알게 되었지만요. (웃음)



김영신 주연테크노동조합 지회장




문3. 개인의 삶이란 것이 각각의 점과 점으로 이어져 온 것이기에 개인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살아보니 김영신 회원께 노동이란  무엇이었습니까?


처음 공장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 부모님 반대가 심했습니다. 결국 어머니께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나왔어요. 사실 노동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때론 힘든 노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세상 변혁의 주체는 노동자이고 이들이 모이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책에서 배웠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습니까? 사람에게 치이고 현장에서 서로 왕따 시키거나 당하기도 하고 그런 환경이 아닌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이 즐거움을 주는 행위 였으면 좋겠습니다. 



문4. 김영신 회원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노동이란 것이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철학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주연테크 노동조합의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안타까운 점은 과거 투쟁을 거치며 노동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앙금이 생겨 남아있는 현실입니다. 회사측에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게 둘 사이의 차별감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는 운영진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운영진이 어떤 목적으로 인수한 것인지 지금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자본가의 속내를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당시 고용불안의 위기에 놓인 서울 상암동의 본사 직원들이 대거 노동조합에 가입 하기도 했지만 큰 위기상황 없이 잠잠한 상태가 유지되자 도로 탈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노동자가 위험을 직감 했을 때 찾는 것이 노동조합이라는 점과 잠시나마 노동조합에 들어와 진실을 알게 된 점은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동질감도 형성되었고 공장과 본사 노동자들 사이에 소통 창구가 마련되었으니까요. 



문5. 노동과 관련해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죠.


특별히 할 말은 없습니다. 다녀온 분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쿠바는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합니다. 급할 것도 없고 국가가 많은 것을 지원하기도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사회를 보면서 답답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6. 좋은 말씀입니다. 폴 라파르그가 쓴 <게으를 권리> 라는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끝으로 김영신 회원께서 비정규직센터의 회원이 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덧붙여 비정규직센터 또는 회원들께 당부의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회원이 된 이유는 비정규직에 관심이 있으니까 가입한 것 아니겠습니까?(웃음) 1998년에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졌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해 기업들이 원상회복을 넘어 훨씬 잘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줄이기는 커녕 급증하고 있는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삶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워야 할 노동이 마치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의 경우 찾아서 일을 하지 않으면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비정규직센터 역시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무언가 찾아내서 일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을 잘 알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비정규직센터는 안양군포의왕 지역에 적을 두고 있으니 지역운동으로 뿌리 내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센터가 설립된 후 초창기에는 저도 많이 갔었습니다만...(웃음). 아무튼 이렇게 회원탐방의 시간을 마련해서 방문해 준 것에 대해서 좋은 마음입니다.



약 1시간에 걸쳐 인터뷰에 응해주신 주연테크노동조합 지회장 김영신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상 비정규직센터 대표 김상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