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원탐방은 개인이 아닌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단’으로 정했습니다.
우리 안양군포의왕을 비롯해 몇 군데의 노동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작게 시작한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이 이제는 규모면에서나 질적인 부분에 있어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수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이들이 바로 노동하는 청소년들이므로 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스스로의 철학적 삶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는 올 상반기 약 4개월에 걸쳐 새로운 강사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로써 양의 확장에 의한 질적인 도약이 가능해져 보다 안정적인 청소년 노동인권 활동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1학기 동안 학교 수업 등 청소년들과 함께 노동인권을 이야기한 경험을 지닌 강사들이 각자의 소감을 피력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편의상 5가지 부분으로 나눠 질문을 드렸는데 구체적인 답을 주신 분들의 글을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1. 이번 수업에 임했던 마음가짐
2.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
3. 학생의 인상적인 질문
4. 강사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 것이 있다면?
5. 수업 마친 소감
답변하신 선생님들은 익명으로 했습니다. 강사단 여러 선생님들 답변을 주제별로 모아서 정리했습니다. 올 7월에 처음 수업을 진행하신 분부터 3~4년의 경험이 있는 분까지 다양한 강사 분들의 답변이 함께 있습니다. |
1. 이번 수업에 임했던 마음가짐
작년까지는 근로기준법을 강조하는 수업을 했다면, 올해는 노동을 바라볼때 인권의 눈으로 바로보고 싶었습니다. 강제노동은 현대가 되면서 사라졌는가! 법이 있다면 그 기준이상을 지키는가에 대해 중심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구요.
지난 한해 산본e비지니스고와 전주 특성화 학생 사망사건을 접하며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역할과 해야하는 책임의 무게를 느꼈습니다. 특히 고3학생들을 만나면 지금 여러분들이 겪고있는 삶의 무게보다 더 행복한 일이 많다. 그러니까. 겁많은 어른과 달리 용기를 내달라. 아니다 싶을때 그만둘수 있는 용기. 라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 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삶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발견하고 어떻게 바꿀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7월 20일 첫 수업이라 많이 떨렸습니다. 전날 잠까지 설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면서 계속 그간 공부했던 내용을 반복 암기하기 바빴던 것이 사실이였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하면 실수 없이 수업을 잘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째 청소년 노동인권 수업을 하고 있지만 늘 새롭고 긴장됩니다. 처음 시작할때의 용감함과 뜨거움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긴 공백기간 동안 여러가지 가슴아픈일들이 많아서인지 어느때 보다 어른으로써 부끄러움이 많이 느껴지는 수업 이었습니다.
물론 이 사회의 아름다운모습들이 없다는건 아닙니다. 다만 아픈 사회에 아픈 채 준비없이 내 던져지듯 성인이 되어버리는청소년들의 삶이 안타깝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번 수업은 저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이 아프고 무겁고 죄스러운심정으로 임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졸업하면 자기 자신이 어차피 비정규직 밖에 될것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들, 때로는 반 전체가 자기자신은 모두 정규직이 될거라고 확신하는 친구들, 구제 방법과 절차가 있어도 어른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이는 친구들, 세상을 향해 분노를 내 뱉은 친구들, 정해지 답, 교과서 같은 답,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답을 하는 친구들. 이 모든 모습들에 나 자신의 모습도 거기에 있기에 공감이 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참 작았고, 동시에 그 작음이 한 명 한 명에게는 너무나 크다는 걸 알기에 한 마디 한마디 신중할수 밖에 없었던 수업이었습니다.
2.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
친구들 중 절반 이상이 학교를 떠난 상황에서 본인도 앞으로의 진학을 고민하던 학생이 생각납니다. 학생을 품어주고 언제든 돌아올 둥지가 되어야 할 학교가 학생들을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는 현실은 제게 많은 고민을 던져 주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려웠던 일을 하소연 하는 친구를 보면서, 제가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청소년노동인권 수업 직전에 졸업사진을 찍었던 반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어수선하여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이 될 수 있을까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로부터 받은 소감 중에 ‘노동인권과 근로기준법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단순히 학생이라고 차별당하지 않고 당당히 요구하겠습니다. 또한 입장을 바꾸어서 아르바이트하는 분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베풀고 따뜻한 말한마디 건낼게요’라고 적힌 소감을 발견하고 참으로 고마웠고 기억에 남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3. 학생의 인상적인 질문
돈없고 백없으면 열심히 일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12시간이 넘게 일하는건 당연하다고 하던 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수업내내 말이 없다가 롯데리아에서 감기가 들어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가 점장이 cctv로보고 그날 해고 당했다는 친구가 생각납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영세 사업자들이 어려워 진다는 걱정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배이데올로기에 오랫동안 세뇌당한 우리의 모습이 보여서 슬펐습니다....
'선생님 대신 전화해 주시면 안되요?'
서울대공원에서 근로계약서 없이 일했던 학생인데, 어느날 근무관련 정보를 받던 단체카톡방이 사라지고 자신은 다시 초대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부당해고 신고를 할 수 있는지 물어온 학생이 있었습니다. 일하던 곳에서 한마디 설명도 없이 이유도 모른체 내쳐진 기분을 느껴야했을 아이의 상처가 느껴져 마음 아팠습니다.
4. 강사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 것이 있다면?
친구들의 열의와 욕망은 충분한데 이것이 법적인 구제를 받을수 있다 혹은 없다. 라는 답변밖에 할수 없다는 사실에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내가 한 사람의 인생경험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 마음 무거우면서도 불편했던, 그리고 더 정확히 공부하고 함께 이야기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매순간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많은 생각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당장 방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거나,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3학년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들이 마주하게 될 사회가 온당한 대우와 존중을 해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아르바이트 경험으로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도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려 하지말고 상담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현명한 방법과 절차를 논의하라고 하지만, 어찌됐건 제3자로서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기에 당사자인 아이들에겐 쉽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래서 정말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하며 진심으로 이야기하려하지만, 그 진심이 전해질까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권리 구제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을 하지 않으면 너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고 그건 너의 선택이야” 라고 말하기에는 제 스스로 아직 준비가 덜된것 같아요. 아직은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워요.
5. 수업 마친 소감
지난 해와 달리 올해의 친구들은 더욱 적극적이고 더 많은 권리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조금씩 아니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더 많이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수업은 어떻게 하지?
좀 더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면 이 친구들에게 귀에 쏙쏙 들어올 수 있게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친구들이 지금 직접 겪는 사회의 현실과 내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지금은 그 권리가 현실과 동떨어질때 어떻게 해야하나... 숙제가 남았습니다.
본인이 일하고자 하는 곳에서 근로계약서를 써주지않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그런 곳에서 일하지 않겠다’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우리의 활동이 조금씩 의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가 오늘 당장 달라지지 않겠지만, 앞으로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가기전에 노동인권에 대해 모두들 배워서 알고 사회에 나간다면,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는 아이에게 “너 아니어도 일할 친구들 많아”하고 대응하던 사업주들이 더 이상은 그렇게 말할 수 없게 되겠지요.
돈과 법을 넘어서, 일하는 노동자 누구나 사람으로 대우 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진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으로 활동하는 청소년노동인권교육 강사가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시한 번 새겨 봅니다.
나 스스로 인권과 노동가치에 대한 더 철학적인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늘 부족함을 느끼죠, 내 삶에서 나 자신의 노동인권에 대한 삶의 변화가 수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러니 더 알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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