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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프랑스를 보고 내 나라를 본다.


오랜만에 이모와 통화를 했습니다.
제 이모는 프랑스 사람과 결혼해서 지금 외국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이른바 프랑스에서도 잘산다는 축에 끼는 집안 남자를 만나 한마디로 인생역전을 하신 분이지요.

어린 시절 제 기억 속의 이모는 엄청난 멋쟁이였습니다.
외모도 서구적이고... 그래서 외국인과 사랑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멋쟁이 이모는 제가 태어났을 때 원숭이 새끼같다고 처음에는 안아주지도 않다가 나중에는 직장다니는 제 어머니 대신 저를 업고 키우셨습니다. 그래서 가끔... 딸과 아들이 있는데도 "야, 너는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데.."하며 서운하다는 말씀도 많이 하십니다.

암튼, 오랜만에 이모가 전화를 해서 그동안 전화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한 회포를 나누었습니다.

문득, 이모가 "너는 아직도 그러고 사냐? 돈도 못벌고 뭐하니..."하며 걱정을 하십니다. 저는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만들 때까지 계속 해야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때부터 이모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너희가 바라는 세상이 뭐니? 지금 보니 대한민국은 복지문제로 말이 많은 거 같은데.. 나 진짜 이명박 당선되었을 때 실망 많았다. 그래도 노무현 당선되었을 때는 내 조국에 희망을 봤는데.. 기대도 많이 하고... 하지만, 지금은 정말 실망이다. 부끄럽다. 이명박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인데 너희가 바라는 복지가 보장된 나라를, 너희들이 정권을 잡아 만들 수 있겠냐?"

저는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자 세금 좀 많이 받자고 하면 빨갱이니 좌파니 하는 이념공세에,
세금폭탄에 기업 못하겠다 엄살부리는 이 땅의 이른바 재벌들과...
프랑스에 꽤나 산다는 집에 시집가 온갖 부를 누리는 이모가 말하는 복지가 확대되어야 희망이 보이는 나라라는 말이 마치 별세상의 차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대강 사업 하겠다고, 친재벌 정책으로 경제 살려본다고 예산 날치기하고 부자감세하여 나라 꼴은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흉년이 들면 나라가 곳간을 열어 농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습니다.
이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일할 농민들이 흉년에 굶어 죽으면 다음해부터 농사를 질 인력이 줄어들어 생산량이 떨어지고 그 영향은 십년이상 가겠지요.
그래서 조선정부가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회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곳간의 문을 연 것입니다.

그런데 이넘의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어떻습니까....

경제 성장을 했답시고 큰 소리는 뻥뻥 치고 있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체감온도는 아마 -50도는 되지 않을까요.

더 걱정인 것은 새해들어 대규모 해고사태 -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등등 - 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이 쫒겨난 곳에는 더욱 낮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과 외국인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양질의 기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말입니다.

최고의 복지는 안정된 일자리입니다.
양질의 비정규직 일자리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고용불안이 그 무엇보다 심각한 민생문제임에도 마치 스핑크스처럼, 머리는 사람이고 몸뚱아리는 사자새끼인 "양질의 기간제 일자리"란 말을 버젓이 쓰는 대통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좌절하게 됩니다.

기업은 당장 임금을 적게 줘도 되는 사람들을 고용하니, 지출이 줄어들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생산과잉 -이라기보다는 소비위축이죠 - 으로 사회경제체제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나 봅니다.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다수의 사람들이 조금씩 소비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노동자의 임금이 떨어지면서 구매력이 낮아지고, 그래서 발생했던 30년대 대 공황의 추억을 그들은 모르나봅니다...


저는 프랑스가 복지국가의 모범이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나라지요.
하지만 그 발톱의 때만큼도 복지개념을 장착하지 못한 이 땅의 위정자들과 재벌들의 행태를 보면서
괜히 나의 조국이 슬퍼지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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