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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노동소식

“야근 들어가기 싫다. 너무 힘들다” 하더니 결국…


“야근 들어가기 싫다. 너무 힘들다” 하더니 결국…
유성기업 ‘24시간 맞교대’에 1년 6개월 사이 조합원 5명 목숨 잃어
밤에 잘 권리는 ‘삶의 질’ 문제…평균임금 7000만원도 사실 아냐
하니Only 박수진 기자기자블로그
» 회사 쪽의 직장폐쇄에 맞서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의 정문에서 한 조합원이 23일 오후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서는 다른 조합원과 무전을 주고받고 있다. 아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밤에는 자고 싶다는 게 뭐 그렇게 무리한 부탁입니까?”

홍종인 유성기업 노동조합 아산지회 노동안전부장의 절규다.

유성기업은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피스톤링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기업이다. 모든 완성차 부품 회사는 현재 24시간 맞교대를 한다. 유성기업의 경우 주간근무는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야간근무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일한다. 주간조와 야간조의 교대 주기는 1주일이다. 1주일은 계속해서 밤 10시부터 하루를 꼬박 새고 다음날 오전 8시에 퇴근하고, 그 다음주에는 다시 또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7시30분에 퇴근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쉬지 못하고 일한 극단적인 결과는 ‘죽음’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이 회사에서 20년 일한 장아무개(4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 부장이 전한 그의 죽음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형님이 돌아가시기 한달 전부터 가족들에게 ‘야간 들어가기 싫다. 너무 힘들다’는 말씀을 계속 하셨대요. 작년에 생산2과에서 계속 야간 노동을 했거든요. 계속 밤에 일했더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이상하다고 해서 병원에 갔어요. 우울증, 공황장애 증세를 보인다고 해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셨어요. 진료를 받으면서 일을 하던 중에 허리를 다치셨어요. 그런데 치료를 받으며 일을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병원에 갔더니 척추협착증인데 퇴행성이래요.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병이라는 거죠. 결국 근로복지공단에서 퇴행성이기 때문에 산재가 안된다고 했고, 20년을 일한 형님은 엄청나게 박탈감을 느꼈어요. 어떻게라도 우리는 지금 작업의 절반만 하는 게 좋겠다라고 했는데 관리자들이 ‘생산물량’이 달리니까 형님을 계속 닦달한거죠. 그러던 와중에 형님이 집에서 목을 매고 돌아가셨어요. 주간 2교대 노조가 협상한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참아보겠다’는 말씀도 하셨대요. 그러다 결국 집에서 목을 매고 돌아가셨죠. 저는 이 자살 자체를 산재로 진행해보려고 했는데 유가족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포기했어요”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한 유성기업 조합원은 1년 6개월 사이에 무려 5명이다. 이정훈 유성기업 조합원은 “야간근로를 1년 이상 한 조합원들 얼굴을 직접 보면, 30대는 40대 같다. 병자같다”며 “밤새 일하고 집에 가면 잠이 잘 오지 않아, 야간근로를 하는 동안은 계속해서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야간근로의 위험성은 이미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류현철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의학과장은 “기본적으로는 수면장애가 오고 이에 따라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고, 당뇨병, 혈압, 천식 등 이미 갖고 있던 질환들이 악화되는 것이 문제”라며 “최근에는 암과의 연관성도 밝혀지고 있는데 여성의 경우 유방암과의 연관성이 학계에 밝혀졌고,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 대장암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류 과장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로 인한 심리적 문제, 이를테면 우울증이 생길 경우 야간교대를 지속할 경우 치료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교대했을 때 사람에 따라 교대부적응증후군이 생겨 생리적 적응이나 심리적 적응이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생긴다.





이런 명백한 위험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주·야간 맞교대를 점차 없애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없애는 것조차 ‘돈’의 문제로 보고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공권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이들의 평균임금이 7000만원이라며 ‘귀족노조’라는 딱지를 붙이는 데 대해 또 한 번 절망했다. 홍 부장은 “입사한 지 30년이 된 형님이 있어요. 주간근무만 하고 매달 잔업을 80시간씩 꽉꽉 채워서 일해서 받은 연봉이 6200만원입니다. 세금을 떼지 않은 금액이예요. 기본급이 7000만원인 게 아니라 야간조일때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10시간을 일하는데 그 가운데 야간수당, 심야근로수당, 거기에 추가로 잔업하면 잔업수당까지 모든 수당을 다 더해서 7000만원을 받은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에 입사한 홍부장 자신도 노조 일때문에 주간근무, 한 달 평균 잔업 20여시간을 해서 지난해 받은 연봉이 3990만원선에 불과하다. 노조 관계자들은 평균임금은 41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조합원은 “이게 많이 받은 겁니까, 밤새 일하고, 잠도 못자고, 수당 다 더해서 이렇게 받는 게 정말 많이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반문했다.  

홍종인 부장과 통화를 한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24일 오후 4시께 경찰은 31개 중대 2000여명의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을 즉각 연행했다.

밤에 잠을 잘 권리는 ‘삶의 질’의 문제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유성기업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주간 2교대 근무는 장시간 노동·심야근로로 악명높은 우리나라 근무체제를 바꾸고, 근로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고 고령화에 맞는 근로 패턴을 만든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변화”라며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파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질을 요구하는 파업에 대해 대화나 조정이 아닌 급격한 공권력의 개입으로 제압하는 것은 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