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천만원 귀족들의 알박기 파업? 진실은…"
[현장] 유성기업 파업 현장 가보니…
기사입력 2011-05-25 오전 9:35:37
불과 연간 2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어난 노사분규가 일주일간 전국을 뒤흔들었다. 재계는 즉각적인 공권력 투입을 외쳤고, 정부 장관은 '연봉 7000만 원 귀족노조'를 비난했으며, 경찰은 파업 주동자 체포에 나섰다. 주요 언론은 그들의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며 '불법' 딱지를 붙였다. 일개 중견기업의 생산 중단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요동친 것도 의외의 일이었지만, 24일 농성 조합원 전원 연행으로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그들이 무엇 때문에 파업을 했고 라인을 멈춰야 했는지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더 비극이었다. 유성기업 얘기다.
24일 강제연행이 시작되기 5시간 전인 정오께 충남 아산 둔포면 운용리 유성기업 아산공장을 찾았다. 공장 입구로 들어서는 굴다리엔 사측 관리자들이 공장 가동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그늘에 앉아 있었다. 굴다리를 지나 200여 미터를 걸으니 유성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보였다. 그들은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보였다. "알박기 파업", "연봉 7000만 원 귀족노조"라는 일간지와 경제지 헤드라인을 아침에 마주했기 때문이다. 농성장 취재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사이 들렸던 잡담의 화두는 단연 '7000만 원'이었다.
"7000만 원 이래. 니 7000만 원 버나?"
"택도 없다. 내가 4000만 원 받는다."
"내가 7000만 원 받았으면, 한 달 월급이 얼마가 됐겠나? 나 지금 한 달 용돈이 15만 원이다. 15만 원. 도대체 7000만 원 받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야? 부사장들이 그 정도 받을까?"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말하는 '7000만 원'의 실상
이날 오후 1시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완성차 대기업 공장의 라인 정지가 우려된 주말을 기해 비토하는 목소리로 돌아선 언론이 쏟아낸 보도에 대한 반론 성격이 짙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날 자체 조사한 임금 현황을 공개했다. 500여 명인 조합원 평균 연봉은 2010년 8월 기준 5419만6995원이었고 주간에만 근무하는 조합원은 약 5138만 원,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는 이들은 평균보다 조금 많은 약 5552만 원을 받았다. 연장근무수당, 심야근무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으로 세금을 제하지 않은 수치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사회 화두로 떠오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없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7000만 원'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높은 수준'이라 여겨질 수 있다. 소위 '귀족 노조'론의 주된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합원 인적 구성을 보면 평균 연령은 41.7세, 평균 근속연수가 16.1년이다. 20년 이상 일한 조합원이 3명 중 1명꼴이고, 30년 이상 일한 이들도 6.14%에 이른다. 연봉 7000만 원은 6.14% 중에서도 잔업과 특근을 꽉 채우는 극히 소수의 노동자들이 받는 돈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농성장에서 8년차 노동자의 임금 대장을 훑어봤다. 지난 4월 그가 받은 급여는 251만4000원. 기본급은 절반도 안 되는 123만4300원이었고 연장근로수당과 심야근로수당, 휴일수당이 합쳐 91만 원이 넘었다. 잔업과 특근을 합쳐 주당 66시간을 넘게 일한 셈이다.
여기에 위험한 작업을 할 때 붙은 유해위험 수당과 생산장려금, 근속수당, 가족수당 등이 더해진다. 여기에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갑근세, 대출금 등 공제액이 108만4000원으로 이달에 손에 쥔 돈은 150만 원도 되지 못한다. 명세서를 보여준 조합원은 "이 친구가 이 돈으로 아내와 두 딸을 벌어 먹인다. 이러고도 연봉 7000만 원 운운하나"라고 말했다.
파업은 왜 일어났을까?
이들이 '강성 노조' 덕에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받는 것일까? 완성차 업계가 '대혼란'에 빠진 원인이 된 피스톤링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피스톤링은 11개 공정으로 나뉘어 제작된다. 쇳물을 녹여 금형에 붓고 직경 약 10센티미터 가량의 피스톤링 원형을 만든다. 이를 연마해 두께 1밀리미터 가량의 얇은 고리로 다듬고 겉면을 가공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설명으로는 간단하지만 고된 육체노동과 1급 발암물질을 이용하는 도금 공정도 포함되어 있어 그리 녹록치 않다.
공정을 설명한 9년차 조합원 김 모(37) 씨는 "쇳물을 붓는 과정만 해도 설비만 움직이면 될 것 같지만 직접 쇳물에 쇠막대기를 집어넣어 전신을 이용해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며 "라인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은 몇 해 전에도 노동부가 실시한 산재사고 실태조사에서 근골격계 질환 발병률 최상위에 꼽혔다고 한다.
고된 노동에 더불어 노동자의 몸을 좀먹는 게 야간 근무다. 야간조는 오후 10시부터 8시까지 일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야간에 일하게 되면 몸도 쉽게 더 지치고 생산성도 덜하다. 올해 초에는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야간조 노동자가 주간조 배치를 희망하다 임금의 70%만 주겠다는 사측의 대답을 듣고 괴로움에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년간 유성기업에서 야간조 노동자 중 돌연사하거나 뇌출혈 등으로 사망한 이가 3명이다. 주의력이 떨어져 화상을 입거나 약품 등이 몸에 묻는 사고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야간근무를 되도록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조는 IMF 이후 생산량이 줄어든 걸 계기로 개인당 월 140시간에 이르던 잔업을 80시간까지 줄이고 줄어든 잔업수당을 기본급 인상으로 보충하려 노력해 왔다. 2009년에는 주야간2교대제를 주간2교대제로 바꾸는데 사측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올해 특별교섭에서 주간2교대제 전환에 따른 세부 계획과 월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교섭장에서 사측은 교대제 전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노조 간부를 맡고 있는 이 모 씨는 "주간교대제를 시행하면 생산량이 줄겠지만 이는 설비, 고용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야간조가 주간에 일하면 생산성이 더 오르는 이점도 생긴다"며 "이런 점을 사측에 계속 예기했지만 임금을 낮추지 않는 생산량 감축은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라고 말했다.
생산 단가를 올려 이익을 낸 후 설비 등을 확충하는 방법을 없었을까? 김 씨는 "회사가 주주 배당을 주당 100원씩 할 정도로 이익이 좋은 편인데 으레 (납품하는) 현대자동차 쪽에서 '너무 많이 가져가는 거 아니냐'며 단가 인하 압력을 준다"라며 "유성기업은 국내 피스톤링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기업인데 대기업의 압력에 밀려 가격도 못 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성과가 대기업의 압력에 밀려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데 부정적이라는 말이다.
김성태 유성기업지회 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0차례가 넘는 특별교섭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어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등 절차를 밟은 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78%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며 "18일 오후 1시30분부터 2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한 후 정상적인 조업을 했는데 (전면파업 전인) 야간조 교대시간에 사측이 직장 폐쇄를 하고 용역 직원을 공장에 투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날 야간조 조합원들은 용역 직원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고 차량에서 이들을 감시하던 용역 직원 2명을 내쫓으려 했다. 차를 몰고 자리를 피한 두 대의 차는 막다른 곳에 이르자 차를 돌려 반대방향으로 달아나려 했다. 조합원들은 차가 돌아서자 인도로 몸을 피했지만 뒤따라오던 차량이 시속 30~40킬로미터의 속도로 인도를 넘어 조합원들을 치었고, 8명이 목뼈 골절 등의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측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자수한 용역직원을 뺑소니 혐의로 조사했을 뿐이었다.
공권력 조기 투입으로 막힌 이들의 요구
제조업 공장 중 주야2교대제를 주간2교대제로 바꾼 기업이 두원정공 등 손에 꼽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유성기업 노조의 시도는 선도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공개한 유성기업 문건에서 '현대·기아차 교대제 전환 후 논의'라는 문구가 발견되었듯 사측은 대기업의 비위를 건드리는 걸 망설였고, 파업의 본질이 드러나지도 못한 채 이날 공권력의 조기 투입으로 봉합되고 말았다.
이날 오후 2시 유성기업지회와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은 면담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지회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해제하면 즉각 업무에 복귀하며, 파업에 따른 고소·고발 등에 대한 사안을 전제로 걸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3일 앞서 열린 교섭에서 공장 점거를 먼저 해제하면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던 사측은 이날은 교섭 자체를 거부했다.
이후 공권력 투입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오후 4시경 전날 포클레인을 동원해 공장 주변 철조망을 걷어낸 경찰은 31개 중대 2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조합원 500여 명이 모여 있는 생산2과(캠 샤프트) 공장을 포위했다.
공장장인 이기봉 전무에게 공장 안 진압과정에서 설비가 손상될 경우 경찰에게 책임이 없음을 확인하던 경찰은 호송 차량 도착도 지연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공장 빈 공간마다 십 수 명씩 모여 있던 조합원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짰지만 한 명씩 끌려나와 연행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저항은 하지 않았다. 6시까지 경찰은 공장 안 조합원을 전원 연행했고 정문을 지키던 사수대 100여 명도 함께 후송했다. 이들은 서산·아산·예산·평택 등의 경찰서로 흩어져 조사를 받고 있다.
24일 강제연행이 시작되기 5시간 전인 정오께 충남 아산 둔포면 운용리 유성기업 아산공장을 찾았다. 공장 입구로 들어서는 굴다리엔 사측 관리자들이 공장 가동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그늘에 앉아 있었다. 굴다리를 지나 200여 미터를 걸으니 유성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금속노조 소속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보였다. 그들은 언론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보였다. "알박기 파업", "연봉 7000만 원 귀족노조"라는 일간지와 경제지 헤드라인을 아침에 마주했기 때문이다. 농성장 취재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사이 들렸던 잡담의 화두는 단연 '7000만 원'이었다.
"7000만 원 이래. 니 7000만 원 버나?"
"택도 없다. 내가 4000만 원 받는다."
"내가 7000만 원 받았으면, 한 달 월급이 얼마가 됐겠나? 나 지금 한 달 용돈이 15만 원이다. 15만 원. 도대체 7000만 원 받는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야? 부사장들이 그 정도 받을까?"
▲ 24일 오후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공장을 점거한 충남 아산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구호와 노래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말하는 '7000만 원'의 실상
이날 오후 1시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완성차 대기업 공장의 라인 정지가 우려된 주말을 기해 비토하는 목소리로 돌아선 언론이 쏟아낸 보도에 대한 반론 성격이 짙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날 자체 조사한 임금 현황을 공개했다. 500여 명인 조합원 평균 연봉은 2010년 8월 기준 5419만6995원이었고 주간에만 근무하는 조합원은 약 5138만 원, 주야 맞교대로 근무하는 이들은 평균보다 조금 많은 약 5552만 원을 받았다. 연장근무수당, 심야근무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으로 세금을 제하지 않은 수치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사회 화두로 떠오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없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7000만 원'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높은 수준'이라 여겨질 수 있다. 소위 '귀족 노조'론의 주된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합원 인적 구성을 보면 평균 연령은 41.7세, 평균 근속연수가 16.1년이다. 20년 이상 일한 조합원이 3명 중 1명꼴이고, 30년 이상 일한 이들도 6.14%에 이른다. 연봉 7000만 원은 6.14% 중에서도 잔업과 특근을 꽉 채우는 극히 소수의 노동자들이 받는 돈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농성장에서 8년차 노동자의 임금 대장을 훑어봤다. 지난 4월 그가 받은 급여는 251만4000원. 기본급은 절반도 안 되는 123만4300원이었고 연장근로수당과 심야근로수당, 휴일수당이 합쳐 91만 원이 넘었다. 잔업과 특근을 합쳐 주당 66시간을 넘게 일한 셈이다.
여기에 위험한 작업을 할 때 붙은 유해위험 수당과 생산장려금, 근속수당, 가족수당 등이 더해진다. 여기에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갑근세, 대출금 등 공제액이 108만4000원으로 이달에 손에 쥔 돈은 150만 원도 되지 못한다. 명세서를 보여준 조합원은 "이 친구가 이 돈으로 아내와 두 딸을 벌어 먹인다. 이러고도 연봉 7000만 원 운운하나"라고 말했다.
▲ 유성기업 파업 및 공장 폐쇄 소식이 들렸을 때 언론이 주목했던 건 파업의 원인이 아닌 이들이 만드는 피스톤링이었다. ⓒ프레시안(김봉규) |
파업은 왜 일어났을까?
이들이 '강성 노조' 덕에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받는 것일까? 완성차 업계가 '대혼란'에 빠진 원인이 된 피스톤링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피스톤링은 11개 공정으로 나뉘어 제작된다. 쇳물을 녹여 금형에 붓고 직경 약 10센티미터 가량의 피스톤링 원형을 만든다. 이를 연마해 두께 1밀리미터 가량의 얇은 고리로 다듬고 겉면을 가공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설명으로는 간단하지만 고된 육체노동과 1급 발암물질을 이용하는 도금 공정도 포함되어 있어 그리 녹록치 않다.
공정을 설명한 9년차 조합원 김 모(37) 씨는 "쇳물을 붓는 과정만 해도 설비만 움직이면 될 것 같지만 직접 쇳물에 쇠막대기를 집어넣어 전신을 이용해 들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며 "라인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말했다. 유성기업은 몇 해 전에도 노동부가 실시한 산재사고 실태조사에서 근골격계 질환 발병률 최상위에 꼽혔다고 한다.
고된 노동에 더불어 노동자의 몸을 좀먹는 게 야간 근무다. 야간조는 오후 10시부터 8시까지 일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야간에 일하게 되면 몸도 쉽게 더 지치고 생산성도 덜하다. 올해 초에는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야간조 노동자가 주간조 배치를 희망하다 임금의 70%만 주겠다는 사측의 대답을 듣고 괴로움에 목을 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년간 유성기업에서 야간조 노동자 중 돌연사하거나 뇌출혈 등으로 사망한 이가 3명이다. 주의력이 떨어져 화상을 입거나 약품 등이 몸에 묻는 사고도 비일비재하다.
ⓒ프레시안(김봉규) |
때문에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야간근무를 되도록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조는 IMF 이후 생산량이 줄어든 걸 계기로 개인당 월 140시간에 이르던 잔업을 80시간까지 줄이고 줄어든 잔업수당을 기본급 인상으로 보충하려 노력해 왔다. 2009년에는 주야간2교대제를 주간2교대제로 바꾸는데 사측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올해 특별교섭에서 주간2교대제 전환에 따른 세부 계획과 월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교섭장에서 사측은 교대제 전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노조 간부를 맡고 있는 이 모 씨는 "주간교대제를 시행하면 생산량이 줄겠지만 이는 설비, 고용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야간조가 주간에 일하면 생산성이 더 오르는 이점도 생긴다"며 "이런 점을 사측에 계속 예기했지만 임금을 낮추지 않는 생산량 감축은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했다"라고 말했다.
생산 단가를 올려 이익을 낸 후 설비 등을 확충하는 방법을 없었을까? 김 씨는 "회사가 주주 배당을 주당 100원씩 할 정도로 이익이 좋은 편인데 으레 (납품하는) 현대자동차 쪽에서 '너무 많이 가져가는 거 아니냐'며 단가 인하 압력을 준다"라며 "유성기업은 국내 피스톤링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기업인데 대기업의 압력에 밀려 가격도 못 올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성과가 대기업의 압력에 밀려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데 부정적이라는 말이다.
▲ 사측으로부터 보내진 경고 문자 메시지 ⓒ프레시안(김봉규) |
그날 야간조 조합원들은 용역 직원을 공장 밖으로 몰아내고 차량에서 이들을 감시하던 용역 직원 2명을 내쫓으려 했다. 차를 몰고 자리를 피한 두 대의 차는 막다른 곳에 이르자 차를 돌려 반대방향으로 달아나려 했다. 조합원들은 차가 돌아서자 인도로 몸을 피했지만 뒤따라오던 차량이 시속 30~40킬로미터의 속도로 인도를 넘어 조합원들을 치었고, 8명이 목뼈 골절 등의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갔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측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자수한 용역직원을 뺑소니 혐의로 조사했을 뿐이었다.
공권력 조기 투입으로 막힌 이들의 요구
제조업 공장 중 주야2교대제를 주간2교대제로 바꾼 기업이 두원정공 등 손에 꼽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유성기업 노조의 시도는 선도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공개한 유성기업 문건에서 '현대·기아차 교대제 전환 후 논의'라는 문구가 발견되었듯 사측은 대기업의 비위를 건드리는 걸 망설였고, 파업의 본질이 드러나지도 못한 채 이날 공권력의 조기 투입으로 봉합되고 말았다.
이날 오후 2시 유성기업지회와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은 면담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지회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해제하면 즉각 업무에 복귀하며, 파업에 따른 고소·고발 등에 대한 사안을 전제로 걸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3일 앞서 열린 교섭에서 공장 점거를 먼저 해제하면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던 사측은 이날은 교섭 자체를 거부했다.
이후 공권력 투입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오후 4시경 전날 포클레인을 동원해 공장 주변 철조망을 걷어낸 경찰은 31개 중대 2500명의 병력을 투입해 조합원 500여 명이 모여 있는 생산2과(캠 샤프트) 공장을 포위했다.
▲ 조합원들은 스크럼을 짜고 연행에 저항했지만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진 않았다. ⓒ프레시안(김봉규) |
공장장인 이기봉 전무에게 공장 안 진압과정에서 설비가 손상될 경우 경찰에게 책임이 없음을 확인하던 경찰은 호송 차량 도착도 지연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공장 빈 공간마다 십 수 명씩 모여 있던 조합원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짰지만 한 명씩 끌려나와 연행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저항은 하지 않았다. 6시까지 경찰은 공장 안 조합원을 전원 연행했고 정문을 지키던 사수대 100여 명도 함께 후송했다. 이들은 서산·아산·예산·평택 등의 경찰서로 흩어져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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