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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공공부문 9만7000명 정규직 전환이라구요?


한미FTA 투쟁으로 바쁜 와중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공공 비정규직 9만7000명 사실상 정규직 전환 (종합)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기사 제목만 보고 점심식사를 하는데 같이 식사하신 분이 그러더군요.
"투쟁은 우리가 다 하고 성과는 한나라당이 챙기는 개같은 세상"
이라구요.

성과가 누구에게 가든,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면 그깟것 쯤 생각하고 돌아와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이 기사, 개뻥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내용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었습니다.
대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선, 이와 같은 정부 여당의 발표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을 보겠습니다.

[당정 비정규직 대책]공공기관 소극적일땐 뾰족한 대책없어

이 기사에 따르면,

1. 이미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종사해온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단순계산한 수치일 뿐 몇명이나 전환이 될 지 알수 없다.
3. 각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마땅한 유도책이 없다.
4. 더 열악한 파견, 용역, 사내하도급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이 부실하다.

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조금이나마 고민하고 노력했기에 하나 더 지적한다면
정말 정부와 여당이 립서비스가 아닌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라면 '총액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사실 각 지자체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무원 임금이 '총액임금'으로 정해져 있기에 정규직이 늘어나면 전체 공무원의 임금이 낮아져 정규직 공무원들의 저항이 심한 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총액임금제를 폐지하면 적어도 정규직 공무원과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서 한 빗장을 푸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구체적 추진계획 등을 봐야겠지만 그냥 발표한 것만 보고는 도저히 추진의지가 없는, 그들이 비판해마지 않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다음은 안양시 무기계약직조례 내용입니다.

제1조(목적) 이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
정」제3조제2항에 따라 안양시에 근무하는 무기계약근로자(이하 “근로자”라
한다)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준과 절차를 정함
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용어의 뜻) 이 규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0. 10. 7 훈령 제553호>
1. “근로자”란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안양시
본청, 의회사무기구, 직속기관, 사업소, 구, 동(이하 “본청 등”이라 한다)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이 조례에서 뜻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바로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이 난무하기 전, 불과 몇년 전만해도 길거리에서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분들을 비롯, 공공기관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공무원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았습니다.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일을 하는 같은 공간에서 차별된 대우를 받는 것입니다.
다만, 계약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이란 이름으로 마치 엄청나게 봐주는 듯한 꼼수를 부리면서 실질적으로는 신분상 차별을 용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더니만, 공무원이란 또다른 신분과 계급적 귀천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지요.


또한
제6조(정수책정의 기준 등) ① 관리부서의 장은 근로자의 적정한 인력관리를
위하여 사용부서의 인력 및 사무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정수를 책정하
여야 한다.
② 관리부서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수를 감
축한다.
1. 사용자가 정수책정 사무와 다르게 임의로 사무를 변경하여 사용하는 경우
2. 정수를 책정한 사무가 중단 또는 종료된 경우
3. 인력진단 결과 과잉인력이 발생한 경우

라는 규정을 두어 사실상 '감축(즉, 해고)'의 자유로움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 무기계약직입니다.
즉, 무기계약직이 되더라도 과잉이라 우기며 해고시키면 어쩔 수 없이 짤려나갈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 무기계약직의 현실인 것입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차별철폐'와 '고용안정'이라고 한다면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안은 좋게 봐줘서
'비정규직을 좀더 나은 비정규직으로 전환'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무기계약직이 결국 정규직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시는 듯하여... 짧은 소견이지만,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