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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판례

하청노조 교섭청구권 첫 인정

하청노조 교섭청구권 첫 인정

법원 "하청노동자 실질 지배하는 원청은 노조법상 사용자"

법원이 원·하청 노사관계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근로계약관계가 없어도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원청을 상대로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 청구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다. 시설·청소용역노동자 34명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수자원공사지회가 원청인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대전지법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수공은 △폐지 처분 △휴게공간 개선 △업무범위 및 연장근로 조정 △노조사무실 제공 등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과 단체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지회에 하루 50만원씩 간접강제금을 내야 한다.

대전지법은 가처분 결정에서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의무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수공과 청소용역 노동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는 없더라도, 폐지 처분 문제부터 근로시간·업무범위 조정을 원청인 수공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3월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한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3년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조 결성을 이유로 하청업체를 사실상 폐업시켰던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른바‘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의 이 같은 입장은 묵시적인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던 KTX 승무원 사건이나 88CC 골프장 경기보조원 사건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호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부당노동행위에 이어 단체교섭에서도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확장되고 있다”며 “상급심의 결정을 지켜봐야겠지만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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