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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노동소식

ILO방식 조사해보니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


ILO방식 조사해보니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

통계청이 밝힌 지난달 한국의 실업률은 3.0%다. 전체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 100명당 3명만 실업자라는 이야기다. 청년실업과 구직대란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오는 것일까.

비밀은 공식 실업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 상태인 ‘잠재실업자’에 있다. ‘잠재실업자’란 취업을 원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활동을 단념한 사람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노동기구(ILO) 표준설문방식을 토대로 실업률을 표본조사한 결과 ‘잠재실업’ 비중은 2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15세 이상 인구를 ‘경제활동인구인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등 세 종류로 분류한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사람들로 고용 및 실업통계 집계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비경제활동인구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606만5000명으로 15세 이상 인구(4114만명)의 39%였다. 육아나 가사, 심신장애자는 물론 취업준비자와 단순 ‘쉬었음’도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특히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거나, 혼자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구직활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한다.

KDI는 “입사시험의 준비 및 결과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매우 엄격한 잣대로 취업 준비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되는 규모만 지난해 기준으로 62만5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20대 청년층 실업자 31만2000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다. 미국의 경우 일시 해고자, 일본은 취업 예정자를 구직활동과 관계없이 실업자로 간주하고 있다.

KDI는 26일 서울지역 20대 1258명을 표본 설문조사한 결과 ILO표준설문방식을 토대로 한 실업조사에서 ‘잠재실업’이 21.2%로 집계돼 통계청의 현행 조사방법을 적용했을 때(4.8%)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경제활동상태에 대한 응답자들의 주관적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객관적 기준상 공식실업자는 1258명 중 59명에 불과했지만 자신을 실업상태로 인식하고 있는 이는 251명으로 4.3배에 달했다. 이는 취업자 가운데서도 짧은 근무시간과 낮은 보수 때문에 자신을 취업상태로 인식하지 않는 불완전취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들 상당수가 자신을 실업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입력 : 2011-10-26 22:45:36수정 : 2011-10-27 02:16:52

KDI, 잠재실업률 발표했다 홈페이지서 삭제

잠재실업률, 정부 통계보다 4배 늘어날 가능성 있어

기사입력 2011-10-28 오후 1:51:41

 

국책연구기관에서 한국 정부가 채택한 공식실업 측정방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나왔으나,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해명자료까지 나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 보고서에서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실업률이 노동시장 상황을 판단하거나 고용정책의 기준을 제시하는 지표로서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실업률 통계의 경제활동인구-비경제활동인구 구분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완한 '잠재실업지표'를 개발해 "비경제활동인구를 다양한 노동력 상태로 세분화하여, 취업애로계층의 규모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통계 현실 반영 못해

실제 이와 같은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외환위기(IMF) 이후 양극화 심화와 취업난이 십여년 간 지속돼 왔으나, 정권에 관계없이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태인 최근에도 한국의 실업률은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3%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을 기록해 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물론, 노무현 정부 때도 실업률 계산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런 지적이 나온 이유는 실업률 계산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돼, 한국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아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비경제활동인구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고시 준비생과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는 학생, 홀로 취업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 등은 모두 구직활동에서 제외돼,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된다. 즉 상당수의 청년실업자가 실업률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실제보다 실업률이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황 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과거 구직활동 결과를 기다리는 행위를 구직활동에 포함"하고 "미국은 일시해고자, 일본은 취업예정자를 실업자로 간주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직활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 공채 결과가 발표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데도, 한국은 취업 가능 여부를 지난주로 한정해 지난 한주 간 취업제의가 없을 것으로 예상해 다른 일정을 가졌다면 실업자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특정 기업에 대한 구직활동이 한 주 이상으로 상당히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구직활동 중인 상당수 취업준비생도 실업자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황 연구위원은 "불완전취업자나 잠재실업자는 현재 완전실업상태는 아니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실업자군에 합류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해 그 규모와 동향을 파악해야 하지만, 현재의 '경제활동인구조사'로는 유의미한 잠재실업지표를 작성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잠재실업률 21.2% 달해"

이 때문에 그는 서울의 20대 청년 1200명을 기존 실업률 작성방법과 현실을 반영한 대안적 방식의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600명을 대상으로 실업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 실업률 통계를 적용한 그룹(A그룹)의 잠재실업률은 4.8%에 그쳤으나, 대안적 그룹(B그룹)은 무려 21.2%로 파악돼, 4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황 연구위원은 "설문방식을 일부 조정, 보완함으로써 실업률을 노동시장 현실에 부합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며 "실망실업, 한계근로자, 순수비경제활동 등 개념화되고 유의미한 잠재실업지표를 작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당장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언제든 실업자 통계에 잡힐 수 있는 구직활동자를 포함한다면 실질적 실업자인 잠재실업자가 기존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 잘못 인용돼"

그런데 이와 같은 논지의 기사가 쏟아지자 KDI는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해명자료를 내놨다. KDI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서 취지를 잘못 이해한 보도가 쏟아져나왔고, 통계청의 항의"가 있었던 게 보고서 삭제 이유다.

해명자료에서 KDI는 "조사대상은 서울지역 20대 연령층에 한정했고, 경제활동상태 판별이 용이한 정규직 취업자도 제외됐다"며 "본 설문조사에서 얻은 실업률을 정부 통계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연령층이 한정된데다 정규직 취업자가 제외됐다는 점, 그리고 조사대상이 서울로 국한됐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를 통계청 공식 실업률과 곧바로 맞대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건 설득력 있는 해명이다.

다만 KDI도 공식 실업률이 놓치는 잠재 실업자가 많으며, 이를 감안한 대안 지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부연했다.

KDI는 "본 연구의 중요한 내용은 설문방식을 바꿨을 때 공식 실업률이 놓치고 있는 잠재실업을 파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라며 "조사방식을 바꿨을 경우(B그룹) 잠재실업자의 규모가 상당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희 기자 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