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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노동소식

노조 무력화’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 개입 의혹


노조 무력화’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 개입 의혹
회사 ‘대응요령’ 문건에 등장
창조쪽 “몇가지 조언 했을 뿐”
한겨레 김소연 기자 메일보내기
» 24일 오후 경찰이 투입된 유성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사무실 들머리 모습.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지난 23일 공개된 현대자동차 부품 납품업체 유성기업의 ‘쟁의행위 대응요령’(2011년 5월11일 작성) 문건에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경주 발레오전장’이 언급돼 눈길을 끌고 있다. 노동현장에서는 “창조컨설팅이 노사관계에 개입하면 노조가 무너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핵심 사업장이었던 경주 발레오전장과 2006~2007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사업장인 대구 영남대의료원도 창조컨설팅이 개입하면서 노조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주간 2교대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 갈등 끝에 24일 경찰 병력이 투입된 유성기업 노조도 위기를 맞고 있다.

창조컨설팅의 대표는 심종두 노무사다. 심 노무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노사대책팀장 등으로 13년 동안 근무했다. 그 뒤 노무사로 활동하며 금속노조의 대화 상대인 금속사용자협의회(2004년)와 병원사용자협의회 교섭 대표(2005~2006년)를 맡는 등 노사관계 전문가로 꼽힌다.

창조컨설팅은 지난해 현대차 납품업체인 발레오전장 사쪽의 자문을 맡았다. 발레오전장 노사는 그동안 일부 마찰은 있었지만 대체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09년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2월 초 회사가 일방적으로 경비업무를 외주 용역화하자 노조는 부분 태업을 했고, 사쪽은 같은 달 16일 전격적으로 직장 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배치해 노조의 출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15명이 해고됐고, 30억원의 손해배상이 청구됐다. ‘노조 집단행동→회사 직장 폐쇄 및 용역경비 배치→대량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의 과정을 거쳐 노조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당시 집행부를 맡았던 노조 관계자는 “창조컨설팅이 개입하면서 회사 쪽이 거세게 노조를 몰아붙였다”며 “노조가 대화를 요구하고 업무 복귀를 선언했는데도 노조 탄압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결국 발레오전장에는 또다른 노조가 만들어져 금속노조를 탈퇴했고 2년 연속 임금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한 상태다.

심 노무사가 2006년 자문 계약을 맺은 영남대의료원에서도 파업을 거치면서 노조가 급속하게 위축됐다. 영남대의료원 노조는 일방적인 조직개편 등에 반대하며 부분파업과 농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노조 간부 11명 고소·고발, 10명 해고,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3억원의 조합비 가압류가 이뤄졌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심 노무사가 영남대의료원과 또다른 대학병원 사쪽의 자문을 맡으면서 ‘파업→단체협약 일방해지→징계·손해배상·고소·고발’ 작업이 진행됐다”며 “영남대의료원은 900명이던 조합원이 10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가 지난 18일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직장폐쇄와 함께 용역경비가 배치됐다. 사쪽이 작성한 ‘쟁의행위 대응요령’ 문건을 보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심 노무사는 “고객 보호 차원에서 어떤 회사와 자문을 맺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며 “다만 유성의 경우 열흘 전쯤 몇 가지 조언을 했을 뿐 공식적인 자문 계약을 맺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노조 죽이기’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경우는 없었다”며 “노동계가 그렇게 오해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