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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김진숙이 절망으로 스러지기 전에…"

[기고] "3차 희망버스가 부산을 향해 30일 떠납니다"




그는 가난한 빈농의 딸로 태어나 열다섯 살에 가출했습니다. 입학식 날 교복이 없는 아이였고, 육성회비를 못 내는 아이였습니다. 송아지가 아프면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였습니다. 가출해서는 '하얀 벽 위로 새카맣게 기어오르던 빈대에 물어뜯기는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기도 했고. 아침저녁으로 신문배달을 해야 했습니다. 낮 시간에는 다방을 돌며 땅콩을 팔고, 우유 배달, 샴푸, 세제 외판원도 했습니다.' 타이밍을 삼키며 재봉틀을 밟기도 했고, 화진 여객 122번 버스안내양으로 배차주임과 기사들에게 삥땅을 빌미로 한 알몸수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런 노동자민중의 설움을 벗어나기 위해 스물다섯 살 한진중공업 최초의 여성용접공으로 입사한 후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에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하고, 부산 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 쉰 두 살'의 머리 희끗한 해고 여성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 시대 노동자민중의 수난의 상징입니다.

그런 그가 현재 190일째, 이 땅 모든 정리해고자들과 비정규직, 그리고 소외받는 모든 이들의 설움과 분노를 안고 저 먼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생사를 오가는 고공농성 중입니다.

그를 살려야 합니다. 거기 85호 크레인 위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고립되어 있습니다. 우리 시대 노동자민중들의 권리가 백척간두에 내몰려 있습니다. 그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그가 살아 이 평지로 걸어내려 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와 관련된 일입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를 구하기 위해 그를 구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고공농성 190일은 우리 사회 1600만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망입니다. 그는 현재 죄수보다 더 못합니다. 전기도, 통신의 자유도, 편하게 먹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날마다 사제용병에 다름없는 용역깡패들의 희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가 자제력을 잃고 이 절망의 땅으로 자신을 내던지기 전에, 더 높은 하늘 위로 오르기 전에 우리가 달려가야 합니다. '함께 살자'고 해야 합니다. '함께 이기자'고 해야 합니다.

ⓒ노동과세계(이명익)

희망의 버스를 지켜야 합니다.

이 버스는 IMF 이후 가혹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광풍 아래에서 추풍낙엽처럼 잘려나간 수백만 정리해고자들의 아픔과, 사회적 죽음에 다름 아닌 900만 비정규직화의 절망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달리는 희망의 버스입니다.

자본의 이윤만을 위해 모든 것이 상품화, 도구화되는 지옥 같은 현실을 거부하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모든 인간적 존엄을 되찾고자 하는 열망의 버스입니다. 연대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문화를 바로 잡고자 하는 양심의 버스, 연대의 버스입니다.

모든 사회적 풍요로움이 자본가와 특권층 일부에게 독점되는 부조리하고, 비윤리적인 사회를 넘어 이 땅 모든 이들의 삶이 조금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평등하기를 바라며 달리는 간절한 소망의 버스입니다.

어린이청소년들과 엄마와 아빠와, 교수와 교사와 의사와 약사와 변호사와 그 모든 지식인들과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장애인들과 농민들과 도시 빈민들과 성소수자들이 모두 함께 타는 차별 없는 버스이자, 인간다움에 대한 소망 이외에 어떤 물리력도 갖지 않는 평화의 버스입니다. 시인과 소설가와 어린이문학인들과 미술가와 사진가와 가수들과 춤꾼들이 함께 오르는 아름다운 문화 버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평화로운 미래의 버스를 지금 이 정부는 막고자 합니다. 그들이 지키는 것은 이 땅 주권자들인 다수 노동자민중들의 권리와 안전이 아닙니다. 그들은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과 일부 대주주들의 부당한 이윤독점을 지키는 자본의 사병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이 희망의 버스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이 버스의 벅찬 희망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희망은 지속되어야 하고, 더 넓어져야 하고, 더 깊어져야 하고, 더 재밌어져야 하고, 더 기발해져야 하고, 더 아름다워져야 합니다.

3차 희망의 버스가 출발합니다.

2011년 7월 30일, 우리는 부산으로 다시 출발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더 수많은 희망의 버스, 희망의 열차, 희망의 비행기, 희망의 자전거, 희망의 도보, 희망의 전동휠체어, 희망의 오토바이, 희망의 행글라이더, 희망의 배, 희망의 덤프트럭, 희망의 굴삭기, 희망의 텐트, 희망의 펜, 희망의 사진, 희망의 그림, 희망의 노래, 희망의 춤, 희망의 의료, 희망의 강연, 희망의 법정이 출발할 것입니다.

누구도 어떤 위정자들도 우리의 이 평화로운 행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가 짓밟히고 눈물 흘려야 하는 이 추악한 근대를 무너뜨리고,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 갈 것입니다.

2011년 7월 30일, 부산은 다시 유신독재를 무너뜨렸던 부마항쟁의 함성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2011년 7월 30일, 부산은 제2의 광주로, 제 2의 6.10항쟁으로, 제2의 촛불 광장으로 열려져 나갈 것입니다. 85호 크레인 앞에서 고립되지 않을 것이며, 절망의 차벽 앞에서 다시는 눈물만 흘리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은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할 것입니다. 우리의 희망은 한진중 해고 노동자들과 김진숙을 넘어 쌍용자동차의, 유성기업의, 콜트콜텍의, 재능교육의, 발레오의, 국민체육진흥공단 노동자들의 보편적 설움이며, 아픔인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달릴 것입니다.

ⓒ노동과세계(이명익)

출발과 함께 우리는 요구합니다.

얼마 전 한진중공업은 2억5000만 달러치의 선박 수주를 영도조선소로 돌렸습니다. 정리해고의 명분조차도 사라졌습니다. 조남호 회장은 즉각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합니다. 더불어 1500여명에 이르는 사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합니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 1만여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1, 2차 희망의 버스를 부당하게 탄압하고, 김진숙과 이에 연대하는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국가폭력을 자행한 조현오 경찰청장과 서천호 부산경찰청장은 전 국민에게 사과하고, 직무에서 당장 물러나야 합니다.

국회는 다시 한진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 청문회를 재개해야 합니다. 조남호 회장의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기업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에 나서야 합니다. 전사회적으로 자행되는 살인적인 해고와 비정규직화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부의 자본가들이 전체 사회의 부를 독점하는 비윤리적 사회구조가 이젠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은 개인 소유가 아닌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실제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경영참가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응당한 답이 없을 시, 우리는 더 큰 저항의 물결로, 평화의 들불로 일어날 것을 천명합니다.
 

/송경동 시인

Posted by 안양비정규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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