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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사태, 끝나간다는 분위기 경계해야"

[인터뷰]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조남호 회장의 눈물'에 긴장해야"


안도하기엔 이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국회 권고안을 두고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오히려 다들 끝났다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때 이런 분위기를 경계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앞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지난 7일 "정리해고자 94명을 1년 뒤에 재고용한다"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단, 조 회장은 김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서 먼저 내려와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권고안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제일 중요한 건 해고 당사자들"이라며 "무슨 결정을 하든지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해고자들이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278일째 크레인 위에서 벌어진 고공농성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것.

무급휴직자들을 1년 뒤 재고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쌍용자동차 노사합의도 2년째 이뤄지지 않는다는 우려에 대해서 김 지도위원은 "국회에서 나온 권고안인 만큼 사측으로서는 어기기에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오는 14일 한진중공업지회 선거를 앞두고 그는 "또 이상한 집행부가 들어서면 필히 다시 정리해고 사태를 맞을 것"이라면서 "조남호 회장이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울었던 건
자기 나름대로의 (정리해고) 계획들이 좌절됐다는 뜻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늘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 85호 크레인에서 10달 넘게 농성하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뉴시스

"노사 자율로 해결할 사안, 굳이 국회까지 가져갔어야 했나"

프레시안 :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권고안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진숙 :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던 상황에서 그나마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전에 노사가 자율로 해결했으면 좋았을 텐데 굳이 국회까지 가져갔어야 하나 싶다. 국회에서 노사문제에 대해서 권고안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들었다. 공공기관 문제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적은 있어도 그런 식은 처음인 것 같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권고안으로 노사가 교섭을 잘 해서 지금이라도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조남호 회장이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당시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무슨 의미였을까?

김진숙 : 텔레비전을 본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참가한 것도 아니어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니까 나름대로 해석은 이렇더라. 2003년에 (김주익 한진중공업지회장이 정리해고에 반대해 85호 크레인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정리해고가 철회됐을 때) 사측이 노조에 100% 백기 투항을 했다고 언론 보도가 났다. 그 이후 (사측이) 2010년이 (정리해고의) 적기라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총 공세를 펼치고 버텨왔는데 그러한 계획이 무너진 데 대한 분노의 눈물이라고 정 의원이 표현했더라. 내가 어떻게 해석은 못 하고 거기 계셨던 분이 말씀을 하시니 그 해석이 의미 있겠다 싶다.

프레시안 : 권고안에 복직이 아니라 정리해고 뒤 재고용을 의미하는 문구가 있어서 말이 많다. 재고용돼서 1년 차부터 다시 시작하면 기본급이 100만 원 남짓이라고 하더라.

김진숙 : 나는 원직 복직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권고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어떻게 달랐는지 모르지만 교섭에서 정리해야 한다. 안이 확정되는 것은 교섭에서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교섭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제일 중요한 게 해고 당사자들이다. 무슨 결정을 하든지 당사자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따를 생각이다.

프레시안 : 해고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합의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곧바로 내려온다는 뜻인가?

김진숙 : 그렇다.

"쌍용차 사태 다시 재현되리라는 우려 있지만…"

프레시안 : 쌍용차 무급휴직자들도 1년 뒤 재고용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체결했지만, 2년이 넘도록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런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 체결된 노사합의도 믿을 수 있을까?

김진숙 : 많은 분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우려하더라. 그런데 쌍용자동차 사태에서는 무급휴직이었고, 우리는 2000만 원 생계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정리해고에 대한 책임을 사측이 지면서 1년 동안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부분이 (쌍용차 노사 합의안과) 다르다. 우리는 1년 동안 공장 일이 하나도 없다. 수주 받은 것은 다 (필리핀 수빅공장으로) 나가고 사측이 그 기회를 받아서 해고한 거다. 공장 도크가 할 일이 없다. 1년 간 생계비 지급하기로 한 준비기간이 있다는 것은 사측이 그동안 생계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하나, 국회 차원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서 나온 권고안이라는 점도 다르다. 온 국민이 다 지켜봤는데 이걸 사측이 어기면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한다. 사측으로서는 어기기에 부담감이 클 것이다.

"권고안 받았을 때 의아하고 황당"…"끝나간다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프레시안 :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 권고안이 나오면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될 고비에 놓였다는 평이 중론이다. 지금 심경은?

김진숙 : 국회 청문회 때는 설마 (조남호 회장이) 청문회에 가겠나 반신반의했다. 가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뻔히 알 텐데. 추궁당할 거고 그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 될 건데, 그런 망신을 자초하겠나. 안 갈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정말 청문회에 가는 걸 보면서 상황이 만만치가 않겠구나 싶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동일한 목소리로 추궁하는 걸 보면서 여야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니 잘하면 해결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조 회장이) 끝까지 버티더라. 그 모습을 보고 의외로 오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드래서 국감에 전혀 기대를 안 했다. 거기서 권고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청문회가 끝나고 밤 10시가 넘어서 들었다. 얘기를 듣고 의아하고 황당했다.

오히려 다들 끝난 거 아니냐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때 이런 분위기를 경계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칫하다가는 그릇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 우리 조합원들도 느긋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희망버스가 엄청난 역사를 만들었다"

프레시안 : 지난 8일부터 무박이일 간 5차 희망의 버스 행사가 있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측면도 있다. 희망버스의 힘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진숙 : 여기까지 온 것만 하더라도 희망버스의 힘이 90%였다. 희망버스 아니었으면 나의 생존도 장담 못했다. 100% 강제침탈 당했을 거다. 아니었으면 내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만큼의 여론을 만들고 여론이 국회를 움직이는 데 희망버스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희망버스를 만든 분들의 마음을 보면서 진심으로 이분들의 진정성, 애틋함에 하루에도 몇 번씩 목이 멘다.

5차까지 했는데 물대포 쏠 거, 연행될 거 알면서도 온다. 경찰들이 골목을 뺑 둘러쌌는데 산을 둘러 몇 시간을 걸어서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왔다. 보이지도 않는데 얼굴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해고의 부당함이 해결되려면 권고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를 바꿔내는 법제도적인 개정작업 있어야 하는데, 희망버스가 운동역사를 바꿨다. 그렇게까지 엄청난 역사를 만들어낸 희망버스에 진심으로 감동한다.

▲ 부산시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으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부산 광복로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서 살수차를 동원해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85호 크레인 중간에는 박성호, 박영제, 정홍형 조합원이 있다. 연락은 잘 주고받나? 이 자리를 빌려 크레인 사수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진숙 :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을 안 시켜줘서 전화가 안 되는 상황이다. 고함을 질러야 겨우 한두 마디 할 수 있는데, 그런 얘기는 용역들이 다 들으니까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사수대 동지는 나보다 훨씬 고생했다. 그분들 아니면 완전히 고립된 채 침탈당했을 거라고 본다. 용역들이 계단 까지 쫓아온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바깥에는 이 과정이 은폐돼서 전혀 모른다. 끝까지 잘 견디고 건강 유의해서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만약에 이번에 사태가 잘 해결돼서 크레인에서 내려가면 앞으로 뭐하고 싶나?

김진숙 : 목욕하고 싶다. 실컷 잤으면 좋겠다. 내 마음대로 자고, 내가 깨고 싶을 때 깨는 그런 잠을 잤으면 좋겠다. (크레인에 올라온 후로) 1시간 이상을 이어서 자본 적이 없어서…. 늘 긴장된 상태에 신경이 곤두선 채로 있으니 약을 먹어도 잠을 못 잔다. 목욕 갔다 와서 실컷 자는 걸 우선 해보고 싶다.

"고공농성할 때 하청노동자에게 제일 미안…비정규직 대책 만들어야"

프레시안 : 한진중공업에서는 2008년부터 비정규직 정리해고 사태가 있었다. 당시 하청노동자 3000여 명이 해고됐고, 70~80%의 하청업체들의 이름이 바뀌었다. 비정규직 해고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진숙 : 한진중공업의 경우 그 전에도 하청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못 썼던 게 사실이다. 노조의 문제일 수도 있고 조합원들의 무관심일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원·하청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규직 노동자도 깨달았을 것이다. 이후의 하청노동자의 삶의 문제, 고용의 문제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연대하고 대책을 내야 한다.

사실 고공농성하면서 하청노동자에게 제일 미안했다.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그것만 생각하면 미안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노조를 통해서 앞으로 나름대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김진숙 : 언제 끝날지도 잘 모르겠다. 오는 14일이 (한진중공업 노조) 선거니까 제발 올바른 집행부를 당선시켜서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다 살지, 지금 상황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마무리 안 되고 또 이상한 집행부가 들어서면 필히 다시 정리해고 사태를 맞을 거다.

조남호 회장이 울었던 건 자기 나름대로의 (정리해고와 관련한) 계획들이 좌절됐다는 뜻도 있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 늘 긴장해야 한다. 하청노동자까지 포함한 대책도 나와야 한다. 하청노동자의 생존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하청노동자 문제를) 간과해 왔는데 이번 기회에 제도적인 안을 만들어서 촉구하는 일을 해야 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김윤나영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Posted by 안양비정규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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