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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센터의 노동상담 철학

 

 

비정규직센터가 하는 여러 가지 일 중에는 노동상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동상담의 기본 골격은 억울한 일을 당한 노동자의 하소연에 대해 사용자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거나 위반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구체적 사례에 적용할 법조문을 찾아내어 법에서 정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법 공부라고 하면 보통 법률의 조문을 읽고 외우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진짜 노동법 공부가 아닙니다. 그 법에 담겨있는 가치와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수박 겉핥기일 뿐입니다.

 

최근에 ‘염전노예’ 사건이 세간을 시끄럽게 울렸습니다. 염전에서 강제 또는 반강제로 오랜 세월 노동을 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이 구출되어 법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근로기준법」 제49(임금의 시효)에  따라 3년 치밖에 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 내용을 인용했으므로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는 「민법」 제163(단기소멸시효)3년과 같은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에 미치지 못하는 규정을 둔 것은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민법」은 반사회적인 법률행위와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104(불공정한 법률행위)를 보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염전에서 노예처럼 노동을 착취당한 사람들이 임금채권 소멸시효인 3년보다 훨씬 오래 일을 해왔으면서도 자신들의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한 이유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매우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므로,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은 일반인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법률에 세세하게 정할 수 없는 한계에 의해 다양한 시각의 해석이 가능한 것이며 아전인수 격의 주장을 어떻게 하나하나 논리와 근거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는 눈앞에 벌어진 일을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노동법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법조문을 알고 싶어 합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법조문이 노동 관련 부처에서 어떻게 해석되며 법원에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판결을 내리는가는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법률 역시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볼 때 지금 우리가 얼마나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장래의 노동권의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Posted by 안양비정규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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