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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현대자동차 한국공장과 미국공장 비교의 꼼수

한 일년전인가에도 현대자동차 미국공장을 소개하면서 "미국은 사내하청이 합법적이라 더 생산성이 높다"고 보도하던 어떤 언론기사가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비정규직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시점이었죠.

 

그런데 오늘 또 현대자동차 미국공장과 한국공장을 비교하는 기사가 떳군요.

사진도... 제 기억으로는 일년 여 전에 제가 봤던 기사의 사진과 똑같은 사진입니다.

 

 

 

 

오늘의 기사는 사내하청, 비정규직문제 뿐 아니라 좀더 폭넓은 노동조건의 문제를 건드리며 마치 한국공장이 미국공장보다 더 많은 대우를 받음에도 한국공장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도 강성노조를 비난하며 한국 노동자가 각성해야 한다는 글이 많더군요.

 

* 문제의 기사 보기

현대차 공장, 한국엔 없고 美엔 있는 것

 

 이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몇가지 노동문제에 대해 오류와 왜곡을 짚어볼까 합니다.

우선, 기본전제는 미국의 노동법과 우리의 노동법이 다른 지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도 미국의 노동법에 모르지만, 검색결과 몇가지 이 기사의 오류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1. 미국의 노동자는 3교대, 하루 10시간씩 일하고 주 4일을 일한다.

    토요일도 가산수당없이 일을 한다.

 

 

이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미국의 노동자는 주 40시간을 일을 합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도 탄력적 노동시간을 적용하여 하루 8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연장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도 이런 탄력적 노동시간을 적용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법도 연장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루 노동시간을 두고 예를 들자면,

8시간은 기본시급, 10시간 이상이면 1.5배, 12시간 이상이면 2배의 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는군요.

(참고한 글 -> http://blog.naver.com/openupbiz?Redirect=Log&logNo=20180761612&from=postView)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보다 연장수당이 꽤 높은 편입니다.

 

또한,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예를 들어 수목금토 일을 하는 조는 토요일이 당연히 출근하여 일하는 날이므로 특근수당이 붙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자는 월화수목금토일을 다 일합니다.

주 52시간 이상 일을 못시킨다고 했지만, 최근 주간 2교대로 바뀌기 전까지 한국의 현대차 노동자들은 주야 맞교대로 12시간씩 일을 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특근을 나가 일을 했습니다. 즉 한국의 노동자 주 노동시간은 주야맞교대일 경우 최고 84시간까지 일을 했다는 것이죠.

지금도 한국의 노동자들은 주 60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것을 토요일 특근수당을 주네 마네로 단순비교를 하는 것이 오류입니다.

 

  그리고도 생산력은 더 높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낮은 문제는 익히 알고 있는 문제입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시간을 늘려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자본이 그만큼 설비에 대한 투자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공장 설비와 한국 공장설비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보지 않아서리... 그러나 거의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 한국의 노동자들 개개인이 부지런하냐 아니냐의 문제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 미국의 노동자 점심시간은 30분으로 한국노동자 40분보다 짧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점심시간이 없습니다.

단지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이 휴게시간은 무급입니다. 단, 단체협약에 의해 유급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이렇게 주어진 휴게시간을 점심시간으로 이용합니다.

그나마 1시간의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40분만에 다시 작업현장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역설적이게 이 기사가 폭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노동법은 휴게시간과 점심시간의 규정이 우리와 다릅니다.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미국은 4시간에 10분의 유급휴게시간을 주어야 하고 5시간 이상 일을 하면 30분의 무급점심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참고글 -> http://blog.naver.com/openupbiz?Redirect=Log&logNo=20190115544&from=postView)

그러니 미국의 현대차 공장은 미국의 노동법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거지요.

 

3. 여성에 대한 배려

 

이 기사를 보면 마치 우리나라 여성들이 엄살덩어리처럼 느껴지는데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도 여성에 대해서 노동시간, 야간노동금지 등의 보호조치를 취하지만 일하는 업무에서 특별히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진짜 여성을 채용하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미국의 경우 여성을 미리 배려하는 것도 차별로 여기지만, 여성이 배려를 요구할 때 거부하는 것도 처벌의 대상입니다. 이는 문화적 차이이지 우리사회와 미국이 큰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느 사회나 차이가 있습니다.

이 기사가 정말 나쁜 기사라는 생각이 든 것은 이런 미국사회와 우리사회의 차이를 드러내지 않고 표면적 비교로만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매우 게으르고 이기적이며 턱없이 높은 요구만 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본질적 내용을 보면

현대자동차는 우리사회에서는 노동법을 어기고 대법원판결도 무시하면서 불법행위를 일삼는 반면 미국에서는 참으로 착실히 노동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사실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