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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회원탐방

희망세움터 대표 문경식 회원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20173월부터 매달 회원 탐방을 진행한 후 소직지를 통해 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회원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온라인 지면을 통해서나마 서로를 알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첫 탐방은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여러 사업을 펼쳐온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 희망세움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문경식 회원을 만나서 단체의 설립과정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들어봤습니다. 문경식 회원이 희망세움터에 합류하게 된 동기도 들음으로써 그의 삶의 궤적과 철학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비정규직센터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함께 애정 어린 당부 말씀을 끝으로 한 시간여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문경식 대표(오른쪽)

 

 

 

1. 난치병아동돕기운동본부 ‘희망세움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안양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을 논의 한 결과 안양, 군포, 의왕, 과천 등에 거주하는 희귀병에 걸린 아동의 수를 조사해보니 16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2002년 진행된 실태조사를 돕기 위해 합류하게 된 후 희귀병 아동들의 치료비 모금과 지급 등의 사업을 하던 한무리교회 나눔의 집에서 사무국의 일을 맡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자 민간단체 등록을 했고 2010년에는 공부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공부방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난치병 아동들의 치료비 외에 일상생활 비용도 필요함을 절감하게 되었으나 문제는 자금 마련 방법이었습니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다고나 할까요, 우연히 생명보험재단이 3억 원을 들여 희귀질환종합케어센터 사업을 공모하는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공모 중에는 신청자를 만나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찾아가 무조건 저희에게 달라고 이야기 했는데 의외로 1억 5천만 원이라는 사업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겁이 없던 때여서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웃음)


5천 만원을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 원은 1년간의 운영비용을 지급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무리교회의 작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공간 마련이 급선무로 떠올라 지역사회에 하소연 하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역의 개인사업가가 나서서 1천4만 원을 먼저 기부해주셨고 시민사회에서 앞장서 활동하던 여러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8천만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만들어 주셔서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희귀 질병에 대한 치료를 하다 보니 심리재활 치료도 필요함을 알게 되어 공간을 확장했고 아동에서 청소년, 청년으로 성장하는 당사자들을 돌봐줄 장소나 프로그램이 없었으므로 부모님들과 협의 준비기간을 거쳐 협동조합 카페를 설립하여 올 3월 9일부터 ‘성인주간보호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2. 말씀을 듣고 보니 2002년에 ‘희망세움터’에 공식 합류하게된 것은 개인적인 고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희망세움터’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학생운동 시절 교지 편집장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선배였던 이철규 열사 추모사업회 일을 1년여 하면서 뭔가 답답함을 느끼면서 사는 방식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었습니다.


건설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한적도 있고 병원 원무과장도 해봤습니다만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노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일 자체는 재미있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순간순간 행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른여덟살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 무렵 한무리교회의 공부방에서 방학 동안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1년부터는 아예 직원으로 한무리교회 나눔의집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대학때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덕분에(본인은 정치외면학과라며 웃음) 외무고시 공부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오전에 공장에 출근하여 노동을 하고 퇴근 후에는 밤 10시까지 학생들에게 공부 가르치는 삶을 이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꼭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2003년부터 사무국장직을 제의 받고 일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시 치료 받는 아동을 둔 부모님들은 제가 1년 이내에 그만 둘 것이라는 예측을 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부모님들의 마음을 모를 것이라 짐작 하며 하신 말씀이었죠. 아직까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말씀을 했던 분들이 깜짝 놀랍니다.

 


3.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문경식 회원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바쳤을 노고와 헌신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삶이 특별한 목적 보다는 삶의 궤적 자체의 흐름을 타고 운명처럼 여기까지 오신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또한 지금에 와서 보면 난치병 아동의 문제는 결국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단체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 활동을 하면서 지역 활동을 한 지 8~9년 됩니다.

 

 지역의 후배들과 함께 ‘대안과 나눔’이라는 단체를 만든 것도 그 중 하나인데 목표는 지역사회 운동 방식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경직성으로부터 탈피하고 지쳐있는 활동가들의 쉼터와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것에 두고 있습니다.

 


4. 단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잘 이끌어 오신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비정규직센터의 운영에도 좋은 방향타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별한 비결보다는 수많은 시간이 겹겹이 쌓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희 후원자 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3백명이 되었을 때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 2월에 5백 명을 넘기면서 나름 순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욕심 같아서는 1천명 정도의 후원회원이 유지 된다면 보다 많은 일들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어느 단체의 회원이든 그 본질은 자신이 후원하는 단체에 마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있지 않는 것 같아도 회원들은 늘 단체가 무엇을 하는가 주시합니다. 후원자는 일단 동지로서의 정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다시 회복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소식을 알리는 등 회원과 관련한 사업에 있어서도 무리한 계획을 짜기 보다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감사장을 드리는 등의 방식으로 회원과의 만남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잘 진행되었으나 때로는 회원이 잘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저희가 작은 비누라도 하나 만들어 직접 회원을 방문합니다.

 


5. 역시 오랜 세월 단체를 탄탄하게 해 온데에는 특별한 비결보다는 하나하나 성실하게 실천하고 이루어 온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단체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힘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요?

 

일단 난치병센터를 통해 아동들을 돕는 활동하다보니 구조적인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고민하며 활동을 해야 합니다. 직접 몸으로 뛰는 상근자들이 지치지 않고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해줘야 하는 만큼 육체적 피로감이 들지 않게 하거나 처우의 상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한주 근무시간을 35시간으로 하는 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주말의 경우 따로 전담하는 상근자를 공모사업을 통해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일반 시민들은 우리와 같은 단체들이 비정치적으로 놓여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까닭에 난치병 대표가 집회 등에 나가는 일에 대해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조율 하는 것도 힘든 부분 중 하나입니다.


추가로 정부지원이 20% 정도 되는데 50%까지 올리면 좋겠지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후원 공모사업에 지원을 많이 하는데 실무자들이 그 일에 매달리면서 지치기도 합니다.

 




6. 비정규직센터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관리가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회 당시 저희 직원에게 비정규직센터 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유했는데 2017년에 들어와서 연락 한 번 왔다고 합니다. 회원들은 안보고 있는 것 같아도 계속 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투명하게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면 바로 등을 돌리게 됩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소식을 알림으로써 비정규직센터가 회원을 잊지 않고 감사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7. 끝으로 회원으로서 비정규센터 또는 회원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센터의 역할이 지역사회에서 많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센터가 노동현안의 중심에 서서 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비정규직센터의 회원들이 간헐적이라도 지역에서 어렵게 사는 계층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모티브가 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전 대통령 박근혜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된 날입니다.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가 훼손된 것을 지켜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작은 결실을 맺은 날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장벽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나부터 큰 힘을 가지고 실천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정과 직장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년 3월 10일 역사적인 날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