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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아름다운 세상/회원탐방

소중한 아이들과 커다란 마당을 날마다 열고 있는 '안양자주학교' 교장 이재윤 회원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이하 비정규직센터) 2017 3월부터 매달 회원 탐방을 진행한 후 소직지를 통해 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회원 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온라인 지면을 통해서나마 서로를 알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회는 '안양자주학교'(이하 '자주학교')편입니다. 교장을 맡고 있는 이재윤 회원을 찾아 개인의 삶부터 자주학교 운영자로서의 애환, 그리고 비정규직센터에 대한 애정어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 안녕하십니까. ‘안양자주학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상을 한껏 끌어안는 당당한 우리들의 터전, 안양6동에 자리 잡은 ‘안양자주학교’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이고 2005년 3월 2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1년 정도 준비 과정을 거치며 안양사랑청년회 회원 네 명이 시작하여 여섯 명까지 늘었고 저는 2006년부터 함께 하여 2009년부터 교장을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안학교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지역의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 형태로 운영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학교라는 명칭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자주학교’는 소규모 작은 공부방으로서 맞벌이 하는 노동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를 나선 후 다시 학원 차에 올라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의 경우 집에 자녀를 둘 수밖에 없으므로 부모는 불안한 마음을 지닌 채 일해야 합니다. 그와 같은 형편에 놓인 가정의 자녀들을 집에서처럼 함께 밥을 먹고 공부도 가르치며 부모님의 귀가시간에 맞춰 밤 10시까지 돌봐주기도 했습니다. 


'안양자주학교' 교장인 이재윤 회원




2. 소개 잘 들었습니다. 이재윤 회원께서 ‘자주학교’에 뛰어든 이유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는 안양에 있는 성결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총학생회 간부를 하면서 자연스레 지역 청년모임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2004년에 ‘자주학교’에 합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간에 잠시 나가 있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원년에 함께 하던 분들이 각기 다른 사정으로 떠나고 혼자 남았습니다.


제가 성장한 곳은 인천 간석동이었는데 이 지역은 매우 가난한 동네였습니다. 동네 길에 소똥이 널려 있는 것은 예사였고 카바이트 광산이 있어 환경적으로도 열악했습니다. 주변에 나환자촌도 있어(과거 편견이 있던 시절) 어린 아이들이 밝게만 자라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꿈이 도덕선생님 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도덕선생님은 장애가 있는 분이셨는데 늘 용기를 주고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나중에 교대에 진학하여 도덕선생님이 되자는 꿈을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란 환경과 그때 선생님의 영향에 의해 간직했던 저의 꿈이 이렇게나마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 현재 ‘자주학교’의 현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방과 후에 자주학교에 와서 부모님이 귀가하는 시간까지 함께 있는 아이들은 9명입니다. 원래 밥을 먹이고 공부 가르치면서 밤 10시까지 운영을 했었지만 지금은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새벽에 군포 물류센터의 택배 차량으로 서울 구로와 신도림 일대의 공구상가들에 배송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일을 마친 후 이어서 밤 10시까지 자주학교 운영하는 일을 2년 넘게 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게 되어 시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운영 시간을 줄이다보니 원래 해오던 두 가지 일, 즉 집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과 공부 도와주는 일 모두를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은 학습지 교사 일을 하고 계시는 한 분 선생님께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매주 한 번 방문하여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주시는 자원봉사를 해주시고 있는 일입니다.



4.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도 쉽지만은 않을 듯 한데요 운영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그에 앞서 운영의 재정적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현재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자주학교의 월세가 25만원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면 각자 공부와 숙제 등을 하는데 필요한 컴퓨터가 몇 대 있는데 이를 사용하는데 전기요금과 인터넷요금, 그리고 정수기 등의 요금이 가장 기본적인 비용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먹거리도 큰 문제이긴 합니다만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여자수산에서 주시는 반찬으로 수요일까지 해결 가능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제가 떡볶이나 볶음밥 등을 직접 만들어 제공합니다. 간헐적으로 지역 내 먹거리 나눔 단체 등에서 나눠주시는 음식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은 약 50만 원 정도인데 한 회사의 직원들이 월급의 만원 단위 이하 끝전 모으기를 해서 8만 원 가량 지원을 해오고 있으며 개인 후원자들께서 cms를 통해 약 30만 원, 지인들이 보내주시는 10만원 등입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독지가께서 오랫동안 매달 120만 원을 후원해 주셔서 큰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만 사정에 의해 이 후원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5. 여러 분들께서 도움을 주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큰 후원이 끊겨서 매우 힘들어졌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적자인 것은 맞습니다. 현재 월 25만 원인 월세를 5개월 넘게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물주께서 그냥 기다려 주고 계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제가 행정적인 절차 예를 들어 후원금 영수증을 발행하는 것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유는 변명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후원회원을 더 모집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인 것은 맞습니다.



6. 어찌되었든 ‘자주학교’를 여기까지 끌고 온 자체가 대단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윤 회원에게 있어서 노동이란 무엇입니까?


일하는 것이죠.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노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자주학교를 매개로 해서 관계 맺으며 즐겁게 살고 있노라고 말씀 드릴수 있습니다. 노동에 대해 저만의 정의를 내리자면 일 한 만큼의 가치가 돈 또는 어떠한 물질이거나 정신인 형태의 반대급부로 돌아와 자신이 행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 받아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일을 해봤지만 그것들의 목적은 모두 돈이었습니다. 그런것 보다는 일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즐거워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지금이 좋습니다.



7. 그렇군요. 이재윤 회원은 돈을 바라는 일보다는 자신이 사람들과 함께 하며 즐거움을 찾을수 있는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바보같은 질문이긴 하지만 만약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대가가 돈으로 지급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에 해당한다고 보십니까?


제가 ‘자주학교’에서 기여하는 활동을 스스로 가늠해볼 때 최소한 3백만원 정도에 해당하지 않나 생각합니다.(웃음)



8. 비정규직센터의 회원으로 가입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정규직 즉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저를 1백번째 회원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101번째 회원이 되었습니다. ‘안양사랑청년회’ 회원들의 조직적 결의도 있었는데, 개인적 뜻에 더해 대학 때부터 활동한 이 지역의 기풍에 의한 것도 있었습니다.



9.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회원도 많겠지만 회원들께 부탁 또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울러 비정규직센터에 대해서도 해주시죠.


잘 된 조직은 이야기가 잘 먹히고 또 그것을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회원탐방도 그런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의 바람 중에는 비정규직센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소식을 많이 알려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회원들도 자신의 소식을 센터에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비정규직센터의 사무국에 있는 소수의 인원이 회원들에게 직접 전화 통화를 하려면 많은 날들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단체문자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도 있기 때문입니다. 센터에 대한 회원들의 감시의 눈길도 필요하기 때문에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질타를 해주고 잘하고 있는 것은 박수를 쳐주는 등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 끝으로 ‘자주학교’ 관련해서 회원들게 한말씀 하신다면?


‘자주학교’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인터뷰 후기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시민 사회 단체들이 있으며 그 안에서 많은 분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곳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도 아직 많이 있습니다. 비정규직센터 역시 악조건 속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비정규직센터의 경우 상근비가 없으면 재능기부하는 마음으로 활동하면 될 일이고 사무실 운영비가 모자라면 천막이라도 치면 될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주학교’는 부모님을 대신해 밥을 먹이고 공부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가정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센터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며 활동하지만 ‘자주학교’는 그저 몇 명의 아이들과 소탈한 일상을 티나지 않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그랬지만 나중에 녹음 파일을 들으며 정리하면서 다가오는 감정은 안타까움과 잔잔한 감동의 교차였습니다.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며 활동하고 있는 이재윤 회원께 감사드립니다. 이상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 대표 김상봉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