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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의왕 농장에서 보낸 하루 _ 11월 회원의 날

지난 일요일, 의왕에 있는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지역 한무리 나눔의집에서 가꾸는 농장인데 10월 초, 아욱과 상추, 양파, 시금치 등등을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원의 날 행사로 농장에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며칠 기온이 떨어져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일요일에는 날이 푸근한데다
비닐 하우스 안은 심지어 덥기까지 하더군요.



아직은 농촌의 내음이 풍기는 의왕입니다.
수도권의 도시에 이런 풍경이 있다는 자체만도 숨통이 확 트이는 기븐입니다.


기대하던 농장 하우스에 도착, 먼저 가지고 온 뒷풀이용 음식과 짐들을 들여놓았습니다.

농장일이라고 해서 물주고, 풀뽑고...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갔던 것과 달리...
주된 일은
노가다였습니다. _,,_;;;


하우스 안의 널부러진 공구들과 짐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 대표님이 어디선가 가져오신 가구들도 다시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옷장은 어디서 가져오셨는지...

사람들이 농담삼아 이 하우스에서 먹고 살아도 되겠다고들 합니다.


어영차~!!!

힘쓰는 듯... 혼자서 제법 무거운 수납장을 옮기는 회원분...
그러나 사실, 사진만 찍고 곧바로 내려놓았습니다.


요렇게 장을 옮기다가 그만 비닐하우스에 구멍을...
대표님께 엄청 혼났습니다...


고르지 못한 땅은 삽으로 평평하게 다지고


그 위에 깔개를 깔고 장을 옮겨놓았습니다.
한결 정리된 하우스 안은...
정말 집마냥 포근해 보였습니다.



그 다음 두번째 일은...
화장실을 만드는 거였답니다.

대표님은 여성들을 위해 빨리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촉하셨는데
학생때 농활가서 가던 뒷간.. 같은 거였습니다.

시골 뒷간에 가면...
땅을 파고 사방을 거적떼기로 둘러놓았는데
앉아서 볼일을 보면 얼굴만 삐죽 나오는... 그런 경험도 있었던 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역시 노동으로 단련된 분들의 일 솜씨는 달랐습니다.

화장실 만들기 첫번쨰 공정


땅 팔 곳의 풀들을 낫으로 베고 땅을 다집니다.


그동안 특별히 할 일 없는 분들은 이렇게 느긋한 자세로 감상하고 있습니다.

"어이, 좀 잘 해봐, 일 솜씨가 그게 뭐야~"
한마디씩 하시면서~

화장실 만들기 두번째  공정



배설물을 담을 통을 가지고 와서 적당한 깊이와 높이로 땅을 팝니다.


다행히 한겨울이 아니라 땅 파는 것이 아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장자리를 직각으로 파지 않으면 허물어진다고
주변에서 또 참견질들... ㅎㅎ

화장실 만들기 세번쨰 공정


이제 흙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줄 틀과,
기둥작업을 합니다.

어디서 주워온 폐나무토막을 분해, 못을 빼고 다시 틀을 짜 맞추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높이는 180이어야 한다, 땅에 묻을 것을 생각하면 2미터는 되어야 한다
또 설왕설레...
길이를 잘못 잘라 덧대고, 이어 붙이고...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화장실 만들기 네번쨰 공정


알맞게 판 구덩이에 화장실 바닥 틀과 통을 넣어듭니다.


화장실 만들기 다섯번쨰 공정



이제 마무리로 삼면을 둘러싼 벽과 위를 덮는 천장을 만듭니다.

이렇게 장시간 화장실 만들기로 이날의 노동은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저와 같이 별로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은


커피를 타고


상추를 씻어오고


마늘과 고추를 썰어놓는 등 뒷풀이 준비를 하는 열성적인 사람과,



요렇게 놀러다시며 사진만 찍어대는 저와 같은 사람으로 나뉘었습니다.

이 농장은 원래 허브를 재배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 허브 화분도 만들어 봤습니다.


어떤 친구가 바질이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질이 아닌 거 같습니다. 슈퍼버글이란 것과 닮아있는데
우린 바질이라 생각하고 먹기도 했습니다...
탈 난 사람 없으니 뭐 괜찮겠지요~


암튼 허브라니 이렇게 화분도 만드들어 보았습니다.


요 허브는 저도 잘 아는 허브입니다.
민트~!!!

몇 년전 마시던 민트 차의 향이 생각나  남들 일할 때 열심히 민트 잎을 따서
민트차를 끓여놓기도 했습니다.


향이... 종이컵에 마시니 별로...였지만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구석자리에 레몬그라스, 스테비아 등등
제가 좋아하는 허브를 몇가지 심어볼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잇을 때

오로지 뒷풀이만 생각하고 온 사람들이 슬슬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주변을 돌아다녀 찾은 꽈리를 보여주었더니
느닷없는 꽈리채집도 경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먹는 꽈리맛에 반한 5살 꼬맹이...


한아름 가득 꽈리를 쟁취한 회원분~!

그리고 우리의 뒷풀이는 삽겹살과 오리고기로 푸짐했습니다.


식당을 하시는 회원분이 준비해오신 오리고기로,
우리가 준비한 삼겹살이 무색했습니다.^^


바질이라 굳게 믿으며 삽겹살에 얹어 먹은
수수께끼의 허브...


이렇게 11월 회원의 날이 끝났습니다.

의왕 농장은 앞으로도 자주 찾아가 지역 공동체 활동을 위한 터전으로 가꾸어가고자 합니다.

다음 회원의 날은 더욱 풍성한 놀이거리로 더 많은 회원분들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