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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사무실 일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


비정규직센터 블로그질을 하다보니 다음에서 영화예매권을 주더군요.
처음에는 이거 이거 돈 내야 되는거 아냐 했는데 많은 분들이 예매권으로 감사하게 영화를 봤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비정규직센터 회원들과 영화보기를 추진하여 지난 금요일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훌쩍거리는 소리가 .. 영화관에 잔잔히 흐르더군요.
영화평을 보면서
"감수성이 예민하다면 손수건을 준비하라"는 걸 봤음에도 손수건은 커녕, 휴지도 준비하지 않은 나는 칠칠맞게 옷소매로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으며 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맛있는 막걸리에 영화감상 한자락, 우리 사는 이야기 한자락 풀기도 했지요~

가난한 이웃에게 문화생활의 기회를 만들어준 다음에게 감사합니다. ㅎㅎ



어느 영화평을 보니 노년의 배우들이 주역을 맡은 한국영화란

마파도와 이 '그대를 사랑합니다' 뿐이라던데...

 

나름 요즘 영화들 중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만 아니라 중년의 삶을 그린 영화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그리 흔치 않을 터.

 

작가인 강풀이 고백했듯,

노년의 이미지는 노인정에 모여 바둑, 장기를 두는 모습,

혹은 같은 연배의 어르신들끼리 모여 며느리, 아들, 손자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정도...

 

 

나이가 들다 보니 가끔

어렸을 때 어른들이

나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하시던 말씀을

이제 내가 느끼고 있으니,

문득 이 영화를 보면서 노년의 따뜻한 사랑에 적극 동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그냥 사랑만 볼 수 있을까.

 

김만석 노인은 나름 안정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다.

위암으로 죽은 부인에 대한 감정이 어우러져 우유배달을 하기는 하지만,

손녀딸이 동사무소 직원(공무원)이고

생활의 어려움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김만석 노인이 사랑하는 송이뿐 노인은

이름도 없이 자라 남자를 따라 가출을 하고 딸을 병으로 잃고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노인.

주민등록증이 없어 생활보호대상자조차 되지 못한 처참한 삶을 살고 있다.

 

장군봉 노인과 그 부인은

비록 자식 셋을 두었지만, 모두 출가하고 두 부부가 외로이 살고 있다.

더구나 부인은 치매에 걸려 생계수단인 택시운전을 그만두고 주차장 관리를 하며 살아간다.

집 하나는 있으나 형편이 어려운 딸에게 돈을 대주다보니

주머니에 남는 돈은 없다.

그리고 자식들은 말만 자주 찾아뵙는다지만,

치매걸린 어머니 병수발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식새끼들 뒷바라지에 여념없다.

 

 

이 땅에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을 네 인물로 대표하여 보여주고 있다.

 

심심풀이겸 우유배달을 하는 김만석 노인과 달리 송이뿐 노인과 장군봉 노인은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구나 장군봉 노인은 치매에 걸린 부인 뒷바라지까지 하면서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원작에서는 더 처참한 현실들이 펼쳐진다.

 

돈도 없고, 사랑하는 부인이 불치의 병까지 걸려 삶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장군봉 노인이 선택한 마지막 길은

부인과 함께 저세상으로 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김만석 노인과 송이뿐 노인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비록 두 노인의 선택이지만,

노년의 사랑이란 것이 어쩌면 젊은이들의 사랑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작품은 영화보다 원작에서 사회적으로 외면당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노인들이 폐기처분당하는 듯한 사회분위기,

그리고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의 모순도 담고 있다.

 

가뜩이나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고 하는 현실에서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노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등장인물들의 애틋하고 가슴아픈 현실에 눈물 흘리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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